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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국에서 한국행비행기를타고 결혼


미국에서 한국행비행기를타고 결혼








  혹시 아직도 그놈 생각하냐..? 그 왜, 니네 반에 전학 왔던..!!

나는 그녀의 관심을 항상 느끼면서도 그녀가 너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두 번째 서랍에 넣어뒀던 일기장이 세 번째 서랍에 있던 적도 있었고, 네가 있을 무렵에 찍었던 단체 사진만이 아직까지도 와인색 액자에 묶여 책상 위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놈한테 너무 정 주리마라. 어차피 너랑은 다시는 못 볼 사이니께......

평소 어머니의 구수했던 사투리는 그순간 비수가 되어 꽂히는 듯 들렸다... 너와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무의식적으로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았다. 나는 나의 재정적인 능력을 다시 확인해보지 않으면 안 되었고, 너를 정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다 진행자에게 큐 사인을 제대로 주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이름이 영문으로 적힌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었고, 그것을 보는 내내 마치 너를 마주한것 같이 가슴이 떨렷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너에 대한 내 감정은 연애감정은 아닌 게 분명해 보였다.. 










  순간 닫혀있던 커튼 밖으로 햇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조차 시간의 개념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랐기 때문인지 애초에 시차적응은 필요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찾아오는 허기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앙증맞은 크기의 벽걸이 시계의 시침이 사와 오 사이쯤 머무르러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근처 마트로 향했다..적어도 굶어 죽는 일은 없겠구나... 마트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먼저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번 미국행을 회사에서 가는 출장쯤으로 말씀을 드리고 겨우 동의를 얻어냈다. 회사에서 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나의 투정어린 치기에도 연고 하나 없는 그곳에 너 혼자만 보내서 내가 어떻게 두 다리를 뻗고 자겠냐며 어머니는 볼펜 소리를 흘렸다. 그런 그녀에게  너를 찾으러 가겠노라 류트 66 으로 미국 횡단을 하겠노라 말씀 드렸다면 당장 그 결혼 정보회사에 전화해 아무개와 결혼을 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어서 너를 만나고, 무사히 귀국을 해야 할 것이다. 마트에서 혼자 카트를 끌며 장을 보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사 인 혹은 그이상의 가족 단위를 위해 포장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제외하니 이공육 호로 돌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너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