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목소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 순간 까지도 나는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시차라는 것이 이런 부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지에 대해 고민하여 일공이 호의 문을 두드렸다. 부재중 .....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겠다는 답을 도출해내는 것은 한 순간 이었지만,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오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을 하고 있던 나를 긍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이공육 호 앞에서 일 층 쪽을 내려다보니 일공이 호가 바로 보였다. 누구의 것인지, 어쩌면 주인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낡아버린 간이 의자를 문 앞으로 끌고 와 일 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끼익 소리를 내며 현관문은 한 명 혹은 두 명씩을 규칙적으로 뱉어내고 있었지만, 낮에 봤던 관리인 얼굴은 한동안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어딘가 낯이 익은 사람이 보였고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너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 같은 색의 피부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나에게로 다가올수록 드러나는 너와의 공통점에 놀랄 듯이 기뻣지만, 너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저 나와, 그리고 너와 비슷한 누군가를 만났다는 그 반가움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이라 하기에는 체격이 꽤 큰 편이었지만 얼굴 생김새는 영락 없는 십 대 소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 집 근처쯤 되는 곳에 낯선 누군가가 있긴 했어도, 이미 하루가 넘는 시간을 자지 않고 버티고 있던 내 모습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공오 호 앞에서 바지 뒷주머니에 두 손가락을 찔러 너흐고 한 번 휘 저으며 익숙한 모양으로 열쇠를 뺴 들고는 열쇠를 열쇠구멍에 넣으려다 힐끔 나를 펴다본다.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니 네가 아니라는 더 큰 확신과 함께 조금전 그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 대던 내모습이 오버랩이 되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입으로 뱉어내어진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그는 곧 유창한 한국말로 대답했다. 그가 대답을 미처 하기 전에도, 또 대답을 하고 있는중에도 나는 그를 보며 너를 생각했다. 그와는 다르게 여전히 너느 너의 그 한음, 한 음 을 어딘가에 새기듯이 말을 할까, 다시 너를 마주헀을 때 알아보지 못하는 건 너의 얼굴이 아니라 너의 목소리일지도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성기가 지난 너의 목소리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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