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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열차에 승차후 세시간이 지나면 추가요금을 내야한다는사실


열차에 승차후 세시간이 지나면 추가요금을 내야한다는 사실







나는 교통카드를 찍은 지 두시 간 반 정도가 지나면 열차에서 내렸다. 아무 역에서 내려 이어폰을 끼고 거리를 배회하거나, 대형서점에서 몇 시간이고 돌아다니며 책을 뒤적거렸다. 아니면 시청역 광장 잔디밭에 돗자지 없이 앉아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클래식음악회를 보기도 했다. 어쩌다 시위행렬을 보게 되면 은글쓸쩍 끼어 , 이유도 모르면서 사람들이 외치는 구호를 무작정 따라하며 시내를 돌았다. 



오빠가 허락도 없이 여자 친구와 동거에 들어간 뒤 엄마는 에어컨 켜는 일에 인생해지셨다. 세대등록에서오빠를 뺴버리는 바람에 자녀가 셋일 경우 해당되는 전기세 감면 혜택을 입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 말씀하셨지만, 내가 보기엔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 단순한 화풀이였던 것이다. 몰래 내 방의 에어컨을 켤라 치면 엄마는 귀신 같이 알고 문을 열어 젖혔다. 아무래도 엄마는 식구들을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푸시는 것 같았다. 혹시 전생에 고문집행관은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아니면 쉰이 넘어 몇 년 후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평생 돈 버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던 자기 필자를 생각하니 남편과 자식들이 원수 덩어리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